계절에 발맞춰 살아간다는 것 인스테드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웰니스를 찾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웰니스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요. 그렇기에 자신만의 웰니스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만든 건강하고 빛나는 일상에 대해 들어봅니다. 가을은 늘 문득 찾아온다. 하루아침에 공기가 서늘해지면 우리는 그제야 스웨터를 꺼내 입는다. 그렇게 꾸물대다가 계절을 누리기도 전 금세 떠나고 만다. 하지만 우리가 몰랐을 뿐, 계절과 발맞춰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 연남동 골목길 한 켠에 자리한 작은 가게 인시즌은 계절로 가득하다. 인시즌에서는 제철 농산물을 활용한 수제 잼과 시럽, 식초 등을 만들고 판매한다. 인시즌의 김현정 대표는 그렇게 지금을 살아가며, 단순하게 사는 즐거움을 배웠다. 바깥에서 보고 과일 가게로 착각할 뻔했어요.가끔 지나가던 분들이 과일 살 수 있냐고 물어보시곤 해요. 여긴 늘 이렇게 제철 과일들로 가득해요. 인시즌에 많은 과일이 곧 제철 과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웃음). 지금은 특히 사과와 배, 영귤이 많네요. 이 과일들로 잼이나 시럽을 만들어 판매하시는 거죠?맞아요. 음료용 시럽, 잼, 티푸드, 페스토 등의 제품을 만들어요. 사람들이 좋은 제철 재료를 조금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제품은 주로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고요. 그럼 이 공간은 그냥 작업실인 거예요?여기선 한 달에 2번 워크숍을 진행해요. 레시피를 배운다기보다는 제철 재료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에요. 제철 재료에 대해 이해하고, 재료를 1차로 가공한 뒤에 그걸 가벼운 요리로 풀어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매달 첫 주에는 이 공간에서 판매도 하고 있어요. 그땐 직접 맛을 보고 제품을 구입하실 수 있어요. 다양한 식재료 중에 제철 재료만 다루게 된 이유가 있어요?사실 저는 식품 전공도 아니고 관련 일을 하지도 않았어요. 원래는 건축을 전공했죠. 그러다 문득 내 이야기를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10여 년 전에 인시즌을 시작했어요. 건축을 공부하면서, 본질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건 삶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그렇다면 삶은 어떤 방식으로 채워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제 안에 쌓여 있던 이야기를 발견한 거죠. 저는 고향이 충주라, 부모님과 친척들이 다 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계절에 발맞춰 살아가는 환경에서 자랐거든요. 그래서 이름부터 제철(인시즌in Season)이군요!맞아요. 단순히 제철 식재료를 뜻한다기보단 ‘지금을 살아간다’라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어요. 물론 먹는다는 건 삶에서 기본이잖아요. 그래서 지금 나오는 재료를 먹고 살자는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지금을 더 충실하게 살아보자는 말이기도 해요. 인시즌의 시작은 음식이었지만,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은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식들을 전개하는 거예요. 사람들은 제철 음식을 먹는 것부터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제철이라는 개념을 작물이 수확되는 시기로만 생각하니까 더 힘든 거예요. 수확하는 제철과 먹기 좋은 제철은 다르거든요. 가령 오미자는 9월 초에 나오지만, 그때가 제철이라 보긴 힘들어요. 주로 청으로 담가서 먹기 때문에, 몇 달 지나야 맛이 충분히 우러나거든요. 게다가 오미자는 차갑게 먹었을 때 더 매력 있기 때문에 봄, 여름이 제철이라고 볼 수도 있죠. 제철을 확장된 개념으로 생각하신다면 제철을 즐기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싶어요. 삶에서 먹는 건 큰 부분이지만 우리가 늘 그것만 신경 쓰고 살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현정 님은 제철 음식을 챙겨 먹는 게 아니라 즐겨 먹는 것 같았어요!인시즌에 제철 재료가 워낙 많다 보니까 먹어야 해서 먹기도 하고요(웃음). 제철 음식을 먹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에요. 재료가 좋으면 최소한의 가공, 최소한의 터치만으로도 맛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제철에 맞게 먹고 산다는 건, 삶을 단순하게 산다는 뜻이에요. 저는 삶에서 단순함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야 계속해 나갈 힘이 생긴다고 믿거든요. 그게 이렇게 오랫동안 계절에 발맞춰 살아가는 비결이겠죠?사실 저도 인시즌 초기에는 일 자체에 더 집중하는 시간들을 보냈어요.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야 했으니까요. 제철을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건 인시즌을 하면서 더 많이 알아갔어요. 어느 순간 인시즌다운 삶이 제 삶에도 조금씩 들어왔고요. 그래서 인시즌을 시작하기 전과, 6~7년이 됐을 때와, 11년 차를 맞이하는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10년 동안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나 봐요. 또 제철 음식은 건강하게 먹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도 하잖아요.아마 제철 음식은 최소한의 가공으로도 맛있기 때문일 거예요. 제철에 나오는 건 싱싱하고, 본연의 맛이 강하니까요. 사실 외식을 하면 가공된 음식을 접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직접 챙겨 먹을 땐 최대한 덜어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제철 재료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시작점이죠. 그런데 요즘은 하우스 재배도 많아서 제철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것 같아요.저는 하우스에서 재배한 게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굳이 하우스에서 나오는 작물까지 먹어야 될 필요가 있을까 싶긴 해요. 진짜 제철 재료만 해도 너무 많아서 챙겨 먹기 바쁘잖아요(웃음) 가격도 더 싸고요. 사과와 배가 많이 나오는 시기에 하우스 과일까지 챙겨 먹을 시간이 없는 거죠. 역시 가을은 사과죠! 혹시 사과를 더 맛있게 먹는 팁이 있나요?사과는 그냥 먹어도 좋지만, 시나몬과의 조화가 좋아요. 사과에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리면 특유의 달큰한 맛이 나거든요. 거기에 크림치즈까지 곁들이면 더 맛있어요. 음식 외에 가을을 즐기는 현정 님만의 방법도 있나요?두 가지 있어요. 술이랑 산책이에요. 종종 밤에 혼자 술을 마시고, 천천히 걸어요. 술을 마시면 시간을 오롯이 관찰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게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계절의 변화가 보이고, 계절의 기운 느껴지죠 또 밤에 산책하다 보면 달이 보이잖아요. 달의 형태로 하루하루 절기의 변화까지 다 알 수 있어요. 이야기만 들어도 여유가 느껴져요. 현정님은 건강한 일상을 위해 어떤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자기 템포를 아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하루를 느슨하게, 길게 사는 편이에요. 시간을 정해놓고 열심히 일한 다음에 쉬기보다는 일도 좀 했다가 쉬기도 했다가 하죠. 일과 쉼의 경계가 모호한 편이라 하루 종일 일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 템포에는 맞거든요. 뭐든 자기에게 맞는 템포를 찾아야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느슨한 템포 저도 좋아해요! 그 말처럼 인시즌도 앞으로 느슨하지만 길게 갈 수 있겠죠?제 삶의 속도, 삶의 방향성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인시즌은 저랑 같은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앞으로 더 단단한 삶을 살아가고 인시즌도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인스테드는 건강한 매일을 제안합니다. 글 송은호 사진 황지현Copyright 2022. Instead Inc. all rights reserved.